베른, 하면 아래와 같이 세 가지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
- 스위스의 수도
-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도시
- 아인슈타인이 살았던 곳
그런데 베른은 공식적으로 '수도'는 아니라고 한다. 스위스의 연방법상 한 주에 특혜를 줄 수 없다며 연방 기구들을 여러 도시에 세웠다고.
하지만 스위스 연방 의회가 있고 연방 도시로 규정되어 있어 사실상 수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베른주 자체가 스위스의 핵심 관광지를 다 가지고 있고 시스템도 잘 되어 있어 거기서 나오는 세금만으로도 이 도시는 부유하게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레강이 휘돌아 나가는 둥근 형태의 지형, 그 강가에 빼곡히 들어선 올드한 스타일의 건물들, 빼곡한 숲, 높다란 아치형 다리.
기차가 베른으로 접어들면서 이미 시각적 충격, 아! 이곳은 예쁘다! 이래서 유네스코가! 하며 납득 완.
[베른] 비 오는 도시를 거닐며 아인슈타인을 만나는 시간
베른 산책 코스
🚂 베른역 - 🚎 장미정원 공원 - 베어파크 - 베른 대성당 - 올드타운 - 치트글로게 - 레더라 초콜릿 하우스
- 쿱 마켓 - 올모 스트리트 - 베른 감옥탑 - 스위스 연방 궁전 - 로스터리 커피 앤 바 - 🚎 파울 클레 센터
베른은 작은 도시라 3시간이면 둘러보기 충분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주로 이동중에 잠깐 들러가는 도시 혹은 생략하기도 하는 코스다.
하지만 나는 작은 도시일수록 더 깊게 파고드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베른에서 그저 걸으면서 쇼핑하면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고도 결국 다섯 시가 넘어 아인슈타인 박물관에 가지 못했다. (아쉽..😧)
날이 흐리고 조금 쌀쌀한 느낌이다.
툰에서 기차를 타고 베른역에서 내린다.
뾰족한 첨탑이 여기가 스위스임을 느끼게 해주는 지점.
스타벅스가 괜히 반갑고 빌딩이 예뻐서 기록으로 남겼다.
커피를 한 잔 마실까 하다가 따로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서 참고 바로 버스를 탔다.
베른 장미공원까지 가서 올드타운을 가로지르며 산책하는 코스이다.
공원은 특유의 싱그러움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그곳에는 이미 가을이 도착해있었었고, 나는 아직 가을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공원 끝쪽으로 걸어가면 베른 시가지가 이렇게 한눈에 들어온다.
과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될만큼 아름다운 도시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강이 보이는 공원의 둘레길로 걷다보면 갑자기 의자에 아인슈타인 아저씨가 앉아있다.
나도 괜히 그 옆에 앉아서 아인슈타인 아저씨의 코를 만졌다. 어때, 좀 똑똑해지려나? 👩🏻🎓
Bern은 단어 그대로 '곰'이라는 뜻인데, 장미 공원을 내려오니 곰들이 살고 있는 곰 공원이 나왔다.
녀석들은 주변이 어떻던간에 아랑곳하지 않고 깊은 잠에 빠져있다.
브.. 브라우니? 니가 왜 여기서 나와!?!
브라우니도 곰이라서 곰 도시에 취업했나 보다.
우리끼리는 '스위스 외노자의 고단한 일상'이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비가 조금씩 흩날렸는데, 올드타운 거리의 빌딩들은 이렇게 하나로 다 연결되어 있고, 복도로 이동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우비를 입고 산책하는 강아지를 따라 나도 복도를 걸으며 조그만 상점들에 진열된 상품들을 구경했다. 🐩
이렇게 멋진 냅킨이라니.
항상 멋진 냅킨을 사면 가지고만 있고 절대 쓰질 못한다.
쓰지 않는 물건은 이제 사지 말자고 결심했기에 저 화려한 냅킨들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
(아니 사실 사진 찍고 지나쳤지. 📸)
베른 대성당 안에는 스테인드 글라스가 화려하다. 1400년대의 것이라고 한다.
가문의 징표들, 성경적인 이야기들을 담은 그림들을 하나하나 보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가 버린다.
색이 없는 이렇게 단아한 무늬의 창도 좋아한다.
베른을 상징하는 곰 조각과 문양이 돋보인다.
베른에는 저 문양이 담긴 깃발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마치 스위스가 아닌 '베른국'인 것처럼.
반대편 블럭의 시청과 세인트 피터 앤 폴 교회를 지나 치트글로게까지 간다.
천문 시계가 엄청나게 커서 멀리서도 잘 보인다.
매 시 정각에는 아래쪽에 있는 인형들이 움직이는 것이다.
베른의 이런 탑들은 감시용으로도 쓰이고 감옥으로도 쓰였던 것 같다.
도시의 입구에서부터 보면 크리스토플 탑 - 베른 감옥탑 - 치트 글로게 순으로 감시탑이 서 있는 구조인 것이다.
시계탑이 가지는 의미와 올드타운에 세워진 분수에 대한 정보가 디테일한 블로그를 하나 링크해 본다.
https://m.blog.naver.com/bnbmoh/221783483994
베른에서 가장 큰 빌딩인 스위스 연방궁전을 지나가면서 눈도장만 찍었는데, 갑자기 관심을 보이는 오라버니.
들어갈 수 있는지 알아보니 입장료는 무료지만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다.
📌 내부 투어를 원하시는 분들은 미리 미리 준비하시길!
https://www.parlament.ch/en/services/visiting-the-parliament-building/guided-tours-parliament-building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 3시간 정도밖에 안걸렸던 것 같다.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산책한 것이니 시간이 많이 들지는 않았던 것이다.
[베른] 마트 즐기기
하지만 날도 스산하고 점심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뭔가 따뜻한 것을 먹고 싶었다.
근처의 작은 아시아 식당을 찾아 뜨끈한 완탕을 한 그릇씩 먹었다.
그러다 갑자기 쿱 시티를 지나갔는데!!!
무척 다양한 음식들을 팔고 있었고, 계산하고 바로 옆의 테이블에 앉아서 먹을 수 있었다.
착즙 오렌지 쥬스도 살 수 있고, 커피도 뽑아 먹을 수 있게 머신이 있었고..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한 걸 보고 흥분한 나머지.. 나는 뭔가 하나 먹고 가야겠다고 선포를 했다.
방금 점심을 먹었는데 또 먹을 수 있냐는 오빠 말에 자신 있게 대답은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케밥이 13프랑으로 저렴하기에 하나 주문을 했다.
터키 아저씨는 신나게 고기와 야채를 넣어 케밥을 말아주는데... 어?! 어? 어어어어 어? 대박!!
너무 크고 실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대박이라고 외쳤다.
아저씨는 약간 주춤했으나 뜨끈한 케밥을 포장해서 내 손에 턱! 하고 건네주었다.
자 이걸 이제 어떻게 먹는다?
최선을 다해 3분의 1정도 먹고 오빠에게 넘겼다.
쿱 시티 마켓 2층에는 주류 전문점이 있었는데, 정말 다양한 종료의 맥주들과 와인이 잔뜩 깔려있었다.
여긴 나의 천국이었다.
스위스 주변국들이 전부 와인 최대 생산국가들 아닌가!?!
이탈리아, 스위스, 스페인, 독일, 스위스 와인이 종류별로 있는데.. 그 가격 또한 훌륭한지라.
다 먹을 자신은 없는데 어떻게든 하나 골라가고 싶어서 한참을 구경하다가 페더라 블랑코 작은 병으로 하나 집어왔더랬다.
[베른] 쇼핑 즐기기
프라이탁의 고향 스위스에는 취리히에 본점 그리고 로잔에 분점이 하나 있다.
그 밖에는 이렇게 도시마다 작은 올모 스트리트라는 곳에서 프라이탁을 팔고 있다.
그다지 관심은 없었는데, 오빠는 갑자기 스위스 깃발 모양을 닮은 하얀 십자 무늬가 있는 와인색의 라씨를 갑자기 집어든다.
갑자기? 살 거야? 하니 그렇다고 한다.
평소에 이런 아이템은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나는 마음에 드는 색이 없어서 오빠꺼만 하나 샀다.
오늘의 최대 지출이었다.
치트글로게 옆에는 고급 초콜릿으로 유명한 레더라가 있었다.
괜히 한 번 들어가서 구경하는데, 멋지게 차려입은 직원이 젠틀하게 다가와 시식 초콜릿을 하나씩 나눠준다.
그 달콤함에 요 동글동글한 모양의 초콜릿 (안에 생크림이 들어있는 폭닥폭닥한 식감)을 몇 개 사 왔다.
그치만 이렇게 고급진 스위스 초코들을 먹어봐도 내 기준 가장 맛있는 초콜릿은 아래와 같다.
1위 휘태커스 솔티드 캐러멜 (뉴질랜드)
2위 린트 다크 캐러멜 시솔트 (스위스)
입맛 안변해;
[베른] 카페 즐기기
이제 쇼핑도 실컷 했으니 커피를 한 잔 마시기로 했다.
로스터리 커피 앤 바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래도 직원이 자리에 와서 주문을 받아가는 까페 문화가 너무 어색했다.
친절하고 예쁜 점원이 우리의 커피를 가져다주었고.
스위스에 맛있는 커피는 없었지만, 그래도 '로스터리' 라니까 조금 기대를 하고 마셔 보는데...
음. 밍밍해.
나는 설탕을 부어 휘휘 저었다.
이렇게 설탕 커피를 먹을 거면 맥심 모카골드가 최곤디.
[베른] 예술 즐기기
공대오빠가 기대했던 아인슈타인 박물관보다는 파울클레센터에 가보고 싶었다.
재빠르게 미술관을 보고 아인슈타인 박물관에 가겠다고 (거짓) 약속을 하고는 버스를 타고 파울 클레 센터에 내렸다.
건물은 구불구불한 세 개의 물결모양으로 자리 잡고 있었고, 건축적으로도 참 멋있는 공간이었다.
티켓을 구매하니 작은 스티커를 옷에 붙일 수 있게 나누어 주었고, 우리는 파울클레의 그림들을 감상하였다.
파울 클레는 스위스 출신의 화가로 추상화적 선들이 돋보이는 귀여운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도 찍지 않고 재빠르게 파울클레의 그림을 보고 1층의 브라질 작가들의 그림을 보고 나니,
어느새 시간이 다섯 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는 돌아갈 시간인 것이다.
마트에서 저녁에 먹을 와인과 샐러드와 치즈를 사고 다시 기차를 타고 툰으로 돌아왔다.
베른은 고풍스러운 도시면서도 단정하고 사람들에게는 어떤 여유가 느껴졌다.
베른에서의 삶은 어떤 느낌일까?
이 도시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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