툰에서 머무르면서 베른에 잠깐 다녀오고
그다음 슈피츠에 머무르면서 블라우제, 외시넨제를 다녀올 계획이었다.
왜냐하면! 슈피츠에서 블라우제, 외시넨제로 바로 가는 남행 열차가 있고 더 가까우니까!
그러나 신이 코웃음을 치신다.
인간, 너네가 계획이라는 것을 했다고? 비를 내려주마!
스위스날씨앱인 MeteoSwiss는 무척 정확한 편인데,
블라우제 가려던 날에 비가온다고 되어 있었다.
급하게 일정 변경.
툰에서 기차를 타고 슈피츠로 가서, 기차를 한 번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스위스 열차는 편리하고 정확하니깐 괜찮다.
[블라우제] 숲과 호수와 송어의 공간
블라우제-외시넨 코스
🚂 슈피츠 - 🚂 프루티겐 - 🚎 블라우제
🚎 칸더스테그 - 🚠 외시넨제 곤돌라 승강장 - 🥾외시넨제
스위스에는 참 크고 많은 호수들이 있지만, 숲 속의 작은 호수를 좋아하는 편이다.
슈피츠에서 남쪽으로 기차를 타고 프루티겐에서 내려 230번 버스로 갈아탄다.
그러면 만년설이 쌓인 아찔한 알프스의 산맥을 배경으로 스위스 특유의 형광빛 초록이 가득한 벌판과 조그만 집들이 보이는 예쁜 마을을 둘러둘러 블라우제 앞에 내려준다.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멋졌으므로 그 자체로 눈이 즐거웠다.
스위스어로 se(제)는 호수를 뜻하는 말이어서 스위스의 모든 호수의 이름은 '제'로 끝난다.
송어가 사는 블라우호수. 블라우제.
📌 입장료는 스위스 패스로는 할인이 되지 않았다.
요일과 시간에 따라 입장료가 각각 다른데 우리는 인당 11 CHF를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입장료는 보트를 타는 것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한 시간에 한 번 보트가 뜬다고 안내를 받았는데, 보트 타는 곳에 팻말로 보트 타는 시간이 써져 있다.
노를 저어 호수를 돌지는 않고 나루터 옆에 호수쪽으로만 살짝 간 후 떠있는 식이었는데 한 번쯤 타봐도 좋을 것 같았다.
배에서 멀미하는 오빠는 보트를 굳이 왜? 하는 느낌이라 타지 않았다.
나는 타고 싶었지만..;
숲 속에 둘러싸인 에메랄드 보석 같은 작은 호수.
예전에는 이곳이 사유지라고 들었는데, 이 호수 앞에 오두막을 짓고 살았을까?
과연 이런 호수를 소유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이런 신비로운 호수를 내내 보며 생활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너무나 부러웠다.
커다란 새는 바위에 앉아 날개를 말리는지, 이곳의 터줏대감인지?
사진을 찍자 모델 포즈를 취해주더라.
호수에는 전설이 있는데,
어떤 소녀가 사랑을 잃은 슬픔에 호수에 잠겨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 때문에 호수가 맑고 푸른색이 되었다는 어떤 그런.
호수에 잠긴 소녀가 참 외로워 보이긴 했다.
그렇지만 간간히 커다란 송어들이 놀러 와 주겠지?
물이 너무 맑아서 송어의 무늬까지 다 보일 지경이었는데, 물고기가 물에서 헤엄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공중에 떠있는 거 같아 보이기도 했다.
호수는 크지 않아 한 바퀴 돌면서 천천히 사진을 찍어도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는데, 나는 괜히 잔디밭 위의 의자에 기대에 밍기적 거렸다. 하지만 외시넨제에서 내려오는 곤돌라가 다섯 시 마감이므로 다음 일정을 위해 이곳을 떠나야만 했다.
숲 속에 있는 에메랄드 호수는 정말 멋졌지만,
사실상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곳은 올라가며 내려가면 이와 같은 호수와 폭포를 수십 개 만날 수 있었으니까.
여행하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는 경험 데이터와 자꾸 비교하게 되는데 그래도 현재를 즐기자며 여행을 이어가 본다.
외시넨제로 올라가는 곤돌라를 타러 가려고 블라우제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딸랑딸랑- 소들의 행렬이 지나간다.
이것이 스위스? 🐄🐃🐂
[블라우제 자연공원 Naturpark Blausee]
https://maps.app.goo.gl/vjLtox1dqcgJF1uW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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