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스위스'하면 상상하는 푸른 들판에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목가적인 풍경, 에메랄드빛 호수, 유럽에서 제일 높은 만년설이 펼쳐진 아찔한 융프라우요흐와 주변 트래킹 코스들은 인터라켄 주변에 있다.
그래서 일정이 짧고 우리가 상상하는 그 '스위스'만을 보길 원한다면 바로 빠르게 루체른을 거쳐 인터라켄으로 가길 추천한다.
인터라켄은 길쭉한 툰호수와 브리엔츠 호수 중간에 있는 마을인데, 말 그대로 인터(inter-연결하다) 라켄(laken-호수), 즉 호수를 연결한다는 뜻이다.
루체른에서 인터라켄으로 오는 기차에서는 최고로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고, 그린델발트와 융프라우에 갈 수 있는 교통편도 잘 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는 마음에 드는 호텔이 없었다. 또한 이렇게 교통이 편리하다 보니 호텔 시설이나 퀄리티 대비 가격이 비싸고 그나마도 룸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내 여행 스타일은 조금 더 공간에 머무는걸 좋아하는 형태라서 인터라켄 주변의 작은 마을들에도 관심이 생겼다.
대안으로 슈피츠를 선택하는게 요즘 추세인 것 같은데, 나는 조금 더 들어가 툰 호수 끝의 툰에 숙소를 잡기로 했다.
[호텔] 에메랄드 강이 흐르는 호텔 아래 툰
강 사이에 있는 조그만 섬의 한켠에 있는 '호텔 아레 툰' 이라는 곳이었는데,
4성급의 호텔이면서 객실도 넓은데, 가격은 스위스 그 어느 지역의 어느 호텔보다, 특히 취리히의 호텔보다도 훨씬 저렴했다.
예약을 했을 때 예약이 확정되었음을 알리는 인포와 함께 가장 먼저 환영의 메시지를 보내준 곳도 이곳이었다.
유럽에서는 숙소에 머물 때 도시마다 다른 요율로 '도시세'를 받는데, 가장 금액이 적었던 곳도 이곳이었다.
기차역에서 내려 오 분만 걸어가면 되는 거리에 호텔이 있고, 호텔 양쪽으로 아래강이 흐른다.
빙하가 녹아서 생긴 물줄기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고 싶었다.
너무 춥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동네 청년들이 서핑보들을 들고와 서핑을 즐긴다.
줄을 잡고 물살에 몸을 맡기다 중심을 잃고 풍덩! 하면 물에서 나와야 하고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음 차례의 사람이 냉큼 자리를 차지한다.
와. 이런 삶 어떤데?
나도 이 동네 살면서 가끔 저렇게 서핑도 즐기고 강아지와 강가를 산책하면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호텔 아레 툰과 뒤쪽의 툰 성
객실은 무척 넓었다.
여행을 할 때는 주로 싱글베드 2개를 요청하는 편인데, 여기는 간이침대 하나를 펼쳐서 트윈베드 2개를 만들어놔 주었다.
세상에! 오빠는 신나서 냉큼 한 자리를 차지하고 맘껏 뒹굴뒹굴 거리더라.
안쪽엔 욕조가 있었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더 큼직하게 샤워실과 화장실이 있다.
호텔에 들어갈때 청결 상태(특히 가구에 먼지가 없는지, 침구에 머리카락 같은게 붙어있지 않은지)에 대해 조금 예민한 편인데, 이 곳은 정말 깔끔해서 모든것이 합격이었다.
가구들이 깔끔하고 예뻣다.
우리는 저 작은 커피테이블에서 아침에는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저녁에는 와인과 초콜릿을 먹으며 조그만 테라스에 나가 세찬 강물 소리를 듣기도 했다.
최신형 네스크레소와 버츄오캡슐을 넉넉히 준비해 주어서 머무는 동안 잘 마셨더랬다.
아침에 강을 산책할때는 이렇게 예쁜 백조들이 둥둥 떠있고
똥꼬쇼도 보여준다
한참을 올라오지 않는 애들. 얘들아 뭐 맛있는 거 있니?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과 아침의 성당 종소리가 정말 여유롭고 평화로운 무드를 만들어준다
우리가 머무는 동안 호텔 앞에서는 일년에 한 번 있는 툰 워터페스티벌을 했는데, 잠깐 나와서 분수쇼를 보는 것도 즐거웠다
툰 성을 배경으로 분수들이 춤을 추고 멋진 영화음악들이 흘러서 정말 낭만적인 무드를 연출해 주었다
새벽이 오는 순간 모든 것이 고요해지고 저 멀리 알프스의 어느 산봉우리의 만년설과 노란 가로등이 마치 한 장의 그림 같다.
나는 여행이 끝나고 어떤 호텔이 제일 좋았는지를 물었고, 어디에 살고 싶은지를 물었다.
대답은 모두 툰!
[호텔 아레 툰 / Hotel Aare Thun]
https://maps.app.goo.gl/Em5wVvN5ZxpsrD7S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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