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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루체른] 빈사의 사자상과 양조장 맥주

by 미설코랑스 2024. 11. 24.

베기스에서 유람선을 타고 루체른으로 돌아온다.
오후가 조금 지난 시각.

시내의 몇 군데를 돌아보고 루체른 호수와 연결된 로이스강가의 라트하우스(Rathaus Brauerei)에서 맥주를 한 잔 하기로 했다.

루체른 시내 여행 코스
빈사의 사자상 - 무제크 성벽 - 라트하우스 브로어리 - 카펠교

 

[빈사의 사자상] 사자의 마지막 순간

언덕을 살짝 오르면 나오는 조그만 공원의 연못가에 바위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데 바위벽 자체에 조각한 커다란 사자상이다.

흔히 사자상이라고 하면 포효하거나 용맹한 자세를 한 위풍당당한 모습 아닌가? 난 오늘 두 번째로 고정관념을 깨는 스위스의 조각품을 보게 되었다.

빈사의 사자상(Löwendenkmal)

사자는 지치고 기운 없는 표정으로 부러진 창과 방패를 끝까지 놓지도 못하고 앞발로 잡고 있는 모습이다.

살짝 벌어진 입에서는 마지막 숨이 새어 나오는 것 같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빈사의 사자상을 “세계에서 가장 슬프고 감동적인 돌“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나는 그 표현이 정말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스위스는 무척 가난한 나라라 프랑스에 용병으로 가는 것 외에는 돈을 벌 만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는데, 1792년 튀푀리(Tuileries) 궁전 습격 사건 당시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마지막까지 보호하다가 모두 희생되었다고 한다.

자국의 군병들도 모두 도망간 상황에서 끝까지 그 자리를 지켰던 것은, 혹시라도 자신들이 맡은 임무를 수행하지 못해 신뢰를 잃는다면 다시는 용병일을 맡기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후손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 걱정되어 목숨이 위협되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버티다 희생된 것이다.

조각상은 이들을 기리기 위해 1821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금 스위스가 금융으로 일어선 것도 그렇게 지독하고 철저한 ’ 신용‘이 있었기 때문이구나 하고 납득 가는 부분이었다.

이 모든 이야기를 알고 나서 사자를 다시 한번 바라보니 그 안에서 사자의 용맹함 뿐 아니라 책임감과 신뢰, 가장으로서의 고뇌 같은 것들이 느껴지며 슬프지만 경외심마저 드는 것이었다.

[무제크 성벽] 9개의 탑을 가진 전략적 요충지

무제크성벽 (Museggmauer)

빈사의 사자상을 본 후 올라왔던 길을 조금만 내려가서 호수를 바라보고 오른편 길인 무제크 스트라쎄를 따라 걸으면 긴 성벽이 나온다.
성벽은 9개의 탑을 가지고 있는데, 이 중 일부는 공사 중이거나 들어갈 수 없지만 몇 군데는 탑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다.

탑 중에서 1535년에 설치된 시계를 가진 시계탑이 있는데,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 보기도 했다.

성벽은 높이 지어졌기 때문에 루체른 시내와 저 멀리 알프스의 산맥까지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성벽 뒤쪽 뜰에는 엄청 큼 들소들이 풀 밭 위에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얘들 여기 왜 있는 것이죠?

알프스란 이런 것인가요?

[시청사 양조장] 라트하우스에서 로티세리와 수제 맥주를!

루체른의 랜드마크인 목조다리 카펠교(Kapellbrücke)가 보이는 강가에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줄을 지어 자리하고 테라스 자리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이제 정말 목도 마르고 이른 저녁도 먹고자 했기 때문에 예전 시청사였던 곳에 자리한 라트하우스로 갔다.

사람들이 가득하고 자리가 없었다.
와중에 복도 한 복판에서 태연하게 자고 있는 사자를 닮은 복슬강아지가 너무 귀여웠던 것!

적당히 눈치를 보며 서성였는데, 직원들은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마침 강아지의 주인들이 일어나면서 운 좋게 강이 보이는 좋은 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자리를 잡고 조금 기다리자 비로소 한 직원이 메뉴를 가져다주었다.

오빠가 사전에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스위스에서는 절대 직원들을 부르거나 하지 말고, 메뉴를 정했다면 메뉴판을 닫고 담당하는 서버가 지나갈 때 눈을 마주쳐 내가 주문할 준비가 되었음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직원을 부르는 행위는 자신들을 낮춰보는 건방진 거라서 그들이 기분 나쁘면 아예 무시하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도 한다고.

우리는 다행히 기다림 끝에 예의 바르게 주문을 마쳤고, 로티세리와 연어 프렛즐, 그리고 맥주를 즐길 수 있었다.🍻

맥주는 하우스와 스페셜 비어 두 종류가 있었는데, 각각 스몰(2dl), 미디엄(3dl), 라지 사이즈(5dl)가 5.10 /  6.20 / 8.80 프랑이었는데 우선 300 한 잔씩!

Naturally cloudy Rathaus beer
Our house beer is unfiltered - also called «Zwickelbier» or «Kellerbier». Bright golden yellow, sparkling, with a light fruity hop flavour: The tanginess and lightness of this beer make it a joy to drink.12% original wort, 5% AB.V.

Rathaus beer specialities
Depending on the season, we brew special beers like for example a wheat beer, a Christmas beer or a March beer.

우리나라 전기구이와 유사한 로티세리는 호불호 없이 정말 맛있을 수밖에 없었고, 프레즐에 들어간 연어는 조금 짰다.

주문 전에는 연어랑 고민하다가 결국 포크를 시키자고 해놓고, 주문할 때 내가 살몬이라고 말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인데. 다음부터 연어 들어가는 건 뭐든 먹지 말자고 생각했다. (내가 한국에서 먹던 연어가 아니라 소금에 10일쯤 절인 연어 같다..ㅠ)

강가에서 식사와 맥주를 마시는 동안 해가 저물었기에 살짝 쌀쌀했다. 접시를 치우며 직원은 맥주 더 필요하냐고 물었는데, 추워서 찬 맥주 생각이 사라져 버렸다.

우리는 체크를 부탁하고 결제를 하고 카펠교를 건너 숙소로 돌아왔다.

테라스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왠지 낭만적(?)이지만,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유럽은 ‘담배’에 너그러운 분위기라는 것. 그래서 길을 걷거나 식사를 할 때도 언제나 담배 냄새가 진하게 풍겨오곤 했다.

담배냄새를 무척 힘들어하는 나로서는 이런 순간만큼은 거리를 걸어도 간접흡연의 위험이 없는 청정지역(?)인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빈사의 사자상 / Löwendenkmal]

https://maps.app.goo.gl/J4zM8vTsH6de8a4U6

 

빈사의 사자상 · Denkmalstrasse 4, 6002 Luzern, 스위스

★★★★★ · 관광 명소

www.google.com

 

[무제크 성벽 / Museggmauer]

https://maps.app.goo.gl/B74aSR1FoGgG56S16

 

무제크성벽 · Auf Musegg, 6004 Luzern, 스위스

★★★★★ · 역사적 명소

www.google.com

 

[라트하우스 브루어리 / Rathaus Brauerei] 

https://maps.app.goo.gl/csRtBRzmRwtwi8TA6

 

Rathaus Brauerei · Unter der Egg 2, 6004 Luzern, 스위스

★★★★☆ · 음식점

www.goog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