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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마트] 체르마트로 향하는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

by 미설코랑스. 2025. 5. 8.

그린델발트에서 오후에 출발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이 날은 멀리 남쪽 끝에 있는 체르마트로 이동해야 했고, 체르마트로 이동하려면 기차를 여러 번 갈아타야 했고, 보내둔 러기지를 체르마트 역에서 픽업하려면 적어도 열차 사무소가 문 닫기 전인 6시 까지는 가야 했기 때문이다.

 

스위스에 오고 싶었던 단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 바로 그 체르마트의 마테호른을 보고 싶었기 때문인데 애초에 경로를 확인하고 호텔을 예약했다면 좋았을 뻔했다. 이미 며칠 전에 머물렀던 슈피츠에서 지역 노선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면 그나마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린델발트에서 슈피츠까지 가는 직통선이 없었기 때문에 인터라켄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슈피츠로 갔다. 

그리고 비스프에서 한 번 더 기차를 갈아탔다.

체르마트 루트
🚞 그린델발트 - 인터라켄 OST - 슈피츠 - 비스프 - 체르마트
⏱️ 이동 시간 약 3시간 + a 소요

 

이 노선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스위스에 도착해서 SBB앱을 조회해 보기 전까지는 약간 알쏭달쏭한 상태였다. 

 

스위스의 교통은 SBB앱이 가장 정확했다. 

출발 시간과 도착 시간의 오차가 없었으며, 연결 편과 플랫폼도 확실하게 제공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동할 때 주로 구글맵의 교통 정보를 확인하는 편인데, 스위스에서 구글맵은 혼란만 가중시켰었다. 

무조건 SBB 앱을 사용하시길. 

 

어쨌든, 이렇게 여러 번 기차를 타고 오랜 시간 이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커다란 캐리어를 두 개나 들고 기차를 타고 내리고 타고 내리고 하는 것이 번거롭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스위스 철도청에서 door-to-door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짐을 먼저 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기차역 간 이동은 꽤 저렴한 편이어서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우리는 당장 갈아입고 쓸 가벼운 짐들을 캐리어 하나에 몰아 담고, 나머지는 다른 캐리어에 담아 전날 체르마트로 보냈다. 

사이트에서 예약을 해도 되지만, 그린델발트 기차역이 가까웠으므로 수화물에 대한 문의를 하고 캐리어를 가지고 가니 바로 처리를 해줬다. 

 

23킬로짜리 캐리어 하나에 12 CHF. 약 2만 원가량 되는 돈이었다. 

 

스위스 철도청 door-to-door 신청 페이지

https://commerce.sbb.ch/en/luggage.html

  • Flat rate door to door charge: 50 CHF
  • Luggage item: 12 CHF
  • Bicycle: 20 CHF
  • E-bikes, Special bike: 30 CHF

아름다운 협곡들과 저 멀리 뾰족한 산봉우리들을 마주하며 체르마트역에 도착했다. 

많은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곳.

우리는 이렇게 가져온 캐리어를 떨렁 던져두고, 바로 수화물 보관소로 달려갔다. 

문이 잠겨있고, 사람이 없어서 문 옆의 호출벨을 재차 눌러댔다.

그래도 응답이 없자, 마음이 급해진 오라방은 철도 사무소에 가서 물어보겠다고 한다. 

나는 어정쩡하게 수화물 보관소 앞에서 방황하다가 오라방을 따라 철도 사무소로 가서 문을 열려고 했다.

철도 사무소는 문이 잠겨서 열리지 않았다. 

 

아니? 안에 사람들이 있고, 심지어 내 일행도 저 안에 있는데, 왜 나는 들어갈 수 없는 거지? 하고 당황하고 있는 동안, 옆에 서 있던 할머니가 시계를 가르치며 끝났다고 알려주었다. 시계는 정확히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 지독하게도 정확한 민족. 

시계의 나라 스위스에서는 퇴근 시간이 되면 일단 문이 잠기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수화물 담당 직원인듯한 남자가 와서 니가 나 불렀니? 하고 묻기에, 짐 찾으러 왔고, 문의를 위해 남편이 저 안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더니 활기차게 - 오케이, 안으로 들어가서 내가 처리할게. 하고 휙 가버리는 키다리 직원. 

 

결론은 무사히 캐리어를 찾았고, 다음으로는 숙소에 픽업 요청을 해야 했다.

체르마트 내에서는 전기차만 운행이 가능하기에 호텔에 가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서, 무슨 일인가- 하고 역 앞에 앉아 있는데, 각 호텔의 작은 전기트럭들이 차례차례로 와서 투숙객들을 실어간다. 그 와중에 내가 예약한 호텔, '벨라비스타'라고 쓰인 하얀 트럭이 도착했다. 

 

나는 달려가서 나! 오늘! 여기! 예약했다! 하고 얘기했더니, 

운전을 하고 온 젊은 여직원이, 오- 내가 운전하느라고 전화를 못 받았나 봄, 어서 타셈. 하고 트렁크에 짐을 실어준다. 

 

아마도 먼저 연락을 했던 것 같은 중국인 모녀 두 명과 우리는 나란히 차에 타서 언덕을 굽이굽이 올라 호텔 앞에 도착했다.

호텔에서는 이렇게 따뜻한 메시지와 쿠키로 우리를 환대해 주었고, 지하에 있는 사우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도 해주었다. 

방은 진짜 스위스에 온 듯한 목조 건물에 테라스로 통하는 길쭉한 창이 있고, 부드러운 브라운 컬러의 체크무늬 커튼이 달려 있었다.

그리고 테라스에서는, 아아- 감동! 감동!!!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마테호른, 그것도 보기 쉽지 않다는 황금호른이 시작되었다. 

나에게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늘 영화 시작 전에 별들이 휘감아 돌며 웅장하게 서있는 이 마테호른이었고, 스위스에 다녀온 지인들에게는 꼭 이 마테호른 모양의 초콜릿을 선물 받아 왔으므로, 아마도 알게 모르게 내 마음속에 요 묘하고 아름다운 봉우리가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스위스에 가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이 마테호른일 것이라고 내내 생각해 왔던 것이었다.

이걸 실제로 보게 되다니. 그리고 생각보다 이렇게 더 웅장하고 크다니. 

 

해가 저무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넋을 잃고 이 장면을 바라보았다. 

해는 너무 빠르게 지고, 어느새 창백한 모습으로 새침하게 서 있는 마테호른. 

잠깐 물과 먹을거리를 사러 슈퍼를 다녀오는 동안에도 내내 함께하고 눈 마주치고 내가 체르마트에 온 것을 계속해서 상기시켜 주었던 마테호른.  

밤이 되어도 여전히 그 존재감은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렇게 있어주는 마테호른이 왠지 든든하고. 

 

우리는 간단히 저녁을 먹고, 사우나를 한 후 내일을 위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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